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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사람을 이해하는 철학 (Relational Philosophy)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법 칸트의 목적론적 인간관

by 커넥티드마인드 2025. 12. 5.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법
칸트의 목적론적 인간관

“저 사람은 믿을 만할까?”
“저 관계는 나에게 도움이 될까?”

우리는 늘 사람을 판단하며 살아갑니다.
직장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사랑에서도
‘사람 보는 눈’은 인생의 중요한 능력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사람을 안다는 것은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이 문제를 단순한 ‘관찰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그는 인간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이 한 문장이,
사람을 보는 진짜 눈을 여는 철학적 시작입니다.

🧭 인간을 수단으로 보는 순간, 눈이 흐려진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 보는 눈’은 종종
‘이익을 잘 판단하는 눈’으로 오해됩니다.

“저 사람은 능력 있어 보여.”

“그 사람은 나한테 도움 될 것 같아.”

“함께 있으면 손해 볼 것 같아.”

이런 판단의 기준은 결국
‘나에게 유용한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칸트는 인간을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말합니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결코 타인을 단순한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

즉, 타인을 나의 필요나 감정의 도구로 보는 순간,
나는 이미 그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때의 시선은 평가가 아니라 계산입니다.

사람 보는 눈을 키운다는 것은
타인의 유용함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가치를 인식하는 훈련입니다.



🌱 진짜 안목은 ‘이해’보다 ‘존중’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깊이 안다고 느낄 때는
사실 그 사람을 ‘해석’하기보다는 ‘존중’할 때입니다.

칸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존중은 이성이 도덕법칙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이 말은 인간을 감정적으로 좋아하거나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게 아니라,
그 존재가 도덕적 주체로서 존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즉, 진정한 ‘사람 보는 눈’은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그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려 하는가를 이해하려는 마음입니다.

그게 바로 칸트가 말한
‘목적론적 인간관’의 핵심이죠.

⚖️ 판단보다 관찰, 관찰보다 성찰

사람을 잘 보려면
먼저 판단을 유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첫인상, 배경, 말투로 사람을 규정합니다.
하지만 칸트의 관점에서 보면,
그건 경험적 세계(phenomenon)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도덕적 자아,
즉 ‘스스로를 법으로 삼는 인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짜 안목은
타인을 평가하기 전에
내가 그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데서 자랍니다.

“너의 시선이 도덕적일 때,
비로소 타인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사람을 보는 눈은 타인을 향한 렌즈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에 더 가깝습니다.

🌿 사람을 ‘목적’으로 대한다는 것

칸트의 인간관은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사실은 매우 현실적인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할 때,
상대를 기분 좋게 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를 진심으로 인정할 때,
그 칭찬은 힘을 갖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줄 때’,
은혜를 베풀려는 우월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자율성을 존중할 때,
그 도움은 관계를 깊게 만듭니다.

사람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하는 태도는
세상을 훨씬 넓고 부드럽게 만듭니다.
그 안목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됩니다.



💡 결론: 사람 보는 눈은 ‘인간을 믿는 눈’

칸트는 인간을 자율적 존재로 봤습니다.
그는 타인이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 안에 도덕적 판단 능력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사람 보는 눈을 키운다는 건
‘더 날카롭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믿는 것’입니다.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
이 말은 곧,
“사람을 믿는 법을 배우라.”는 뜻입니다.

그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존재로 본다는 철학적 시선에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