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블로그9 소크라테스의 대화에는 왜 유머가 필요했나 소크라테스의 대화에는 왜 유머가 필요했나 웃음 속에서 진실을 건져 올리는 철학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심각하고, 무겁고, 답 없는 고민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서양 철학의 문을 연 사람, 소크라테스는 웃음을 무기로 삼은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광장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정의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자신을 진짜 알고 있습니까?” 라고 질문을 던졌죠. 그런데 그의 질문에는 재치와 농담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평하면서도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왜 ‘유머’를 대화의 도구로 사용했을까요? 🎭 1) 웃음은 ‘방어벽’을 낮춘다 철학적 질문은 종종 상대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믿나요?” “정말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나요?” “그 신념의 근거는 무.. 2025. 12. 6.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법 칸트의 목적론적 인간관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법 칸트의 목적론적 인간관 “저 사람은 믿을 만할까?” “저 관계는 나에게 도움이 될까?” 우리는 늘 사람을 판단하며 살아갑니다. 직장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사랑에서도 ‘사람 보는 눈’은 인생의 중요한 능력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사람을 안다는 것은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이 문제를 단순한 ‘관찰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그는 인간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이 한 문장이, 사람을 보는 진짜 눈을 여는 철학적 시작입니다. 🧭 인간을 수단으로 보는 순간, 눈이 흐려진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 보는 눈’은 종종 ‘이익을 잘 판단하는 눈’으로 오해됩니다. “저 사람은.. 2025. 12. 5. 쓸데없이 오해하는 이유 가다머의 해석학 쓸데없이 오해하는 이유 가다머의 해석학 “그 뜻이 아니었는데…” “왜 내 말을 그렇게 받아들여요?”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보면, 말보다 감정이 먼저 부딪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데, 전혀 다른 의미로 엇갈리죠. 이때 우리는 “저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다머(Hans-Georg Gadamer)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해는 이해의 일부이다.” 즉, 이해는 완성될 수 없고, 항상 ‘차이’를 안고 있는 과정이라는 뜻입니다. 🧩 이해는 ‘사실’이 아니라 ‘사건’이다 가다머의 해석학(Hermeneutik)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우리가 대화를 통해 진리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간다고 보았습니다. 즉, 이해는 .. 2025. 12. 5. 왜 가족이 더 어려운가 — 권력·친밀성 이론(푸코) 왜 가족이 더 어려운가? 푸코의 권력·친밀성 이론으로 읽는 집안의 풍경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직장 동료의 말은 대수롭지 않은데, 식탁에서 스치듯 들은 가족의 한마디에 밤새 뒤척인 적, 있으시죠? “넌 왜 그렇게 예민하니?” “내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가족끼리 이 정도도 못하냐?” 이렇게 익숙한 말들이 우리 마음을 깊이 흔듭니다. 도대체 왜 가족은 가깝고 소중할수록 더 어려울까요? 오늘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시선에서 가족이라는 관계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 푸코가 말하는 권력: “지배가 아니라 영향이다” 우리는 “권력”이라고 하면 강압, 명령, 통제 같은 걸 떠올립니다. 하지만 푸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권력은 누군가를 .. 2025. 12. 3. 결정 장애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과 실천지 결정 장애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과 실천지 카페에서 메뉴를 고를 때부터 인생의 큰 갈림길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 앞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고르면 저게 아깝고, 저걸 고르면 이게 불안하다” 며 결정의 늪에 빠지곤 합니다. 이른바 ‘결정 장애’. 하지만 철학적으로 보면, 그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잡는 근본적 문제입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이 문제를 이미 2,300년 전에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행복을 ‘잘 사는 것(eudaimonia)’으로 보았고, 그 핵심은 ‘좋은 선택’, 즉 중용과 실천지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 중용: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기술” 많은 사람들이 ‘중용’을 “그냥 적당히 하라는 말”.. 2025. 12. 3. 친해지고 싶지만 어색한 이유 사르트르의 타자 응시 친해지고 싶지만 어색한 이유사르트르의 타자 응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질 때가 있습니다. “이 말 해도 될까?” “지금 내가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어쩐지, 긴장돼.” 우리는 친해지고 싶으면서도, 그 마음을 표현하려는 순간 더 어색해집니다. 왜일까요?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이 미묘한 관계의 불편함을 “타자의 응시(le regard)”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 “타자의 시선”이 나를 만든다 사르트르는 말합니다. “타인의 시선 앞에서 나는 대상이 된다.” 즉,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단순한 ‘나’가 아니라 **‘타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나’**가 됩니다. 그 시선은 단순히 보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를 규정하는 힘을 지니.. 2025. 12. 2. 이전 1 2 다음